나를 괴롭히는 이 고통의 이유가 도대체 무엇인지 궁금하신가요? 전생에 나는 무슨 죄를 지었길래 지금의 삶이 이리도 벅차나 생각하고 계시나요? 오늘의 추천 영화 <루버>(Rubber)(2010)를 보시고 그 이유에 대해 함께 생각해 보자구요. 


안녕하세요. 토이장의 영화 수집관의 장토이입니다. 어떠한 고통이 내 삶 전체를 지배해 버리는 일들을 겪어본 분들이 있을 겁니다. 그럴 때면 도대체 왜 나한테 이러한 일들이 생기는 건지 근본적인 원인을 궁금해 합니다. 바로 그 근본적인 원인에 대해 하나의 해답을 전해주는 영화<루버>를 추천해 드릴까 합니다. 영화의 한국 명칭은 <광란의 타이어>이나 왓챠에 검색해 보니 루버라고 나와 저는 그렇게 쓰겠습니다.




2010년에 개봉한 <루버>는 프랑스의 음악 프로듀서이자 영화감독인 쿠엔틴 듀피욱스(예명 : 미스터 오이조)의 작품입니다. 우리나라에서는 2011년 제15회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에서 상영되었으며 그해 작품상을 수상하였습니다. 장르는 공포, 코미디, 미스터리, SF이며 상영시간은 84분입니다. 공포와 코미디가 어울리지 않을 것 같지만 영화를 보신다면 단박에 이해되실 겁니다.

 


오래된 타이어

오래된 사막처럼 보이는 곳에는 오래된 타이어가 있습니다. 타이어는 별안간 본인의 의지로 움직이기 시작합니다. 타이어는 걸음마를 막 시작한 아이처럼 휘청 거리지만 곧 제대로 구르는 법을 터득합니다. 타이어는 세상을 구경하기 시작합니다. 잘 가던 그에게 처음으로 플라스틱 병이라는 장애물이 나타납니다. 모르는 것을 입에 대보는 아이처럼 타이어는 조심스럽게 장애물을 밟고 지나갑니다. 그 후 전갈을 만나고 똑같은 방법으로 밟고 지나갑니다. 또 길을 가다 이번에는 맥주병을 마주칩니다. 마찬가지로 밟고 지나가지만 찌그러지지 않는 모습에 타이어는 분노를 느낍니다. 그의 몸을 부들부들 떨자 맥주병은 깨지고 만족스럽게 자리를 뜹니다. 


몸을 떠는 것으로 장애물을 터트리는 기술을 갖게 된 타이어. 그는 자유롭게 여행을 하며 마주치는 것들을 터트려 갑니다. 심지어 토끼와 까마귀도 죽여 버리죠. 그러던 중 타이어는 도로에서 보게 된 여자를 따라 마을로 가게 되고 사람들까지 죽이게 됩니다. 작은 마을에 일어난 연쇄 살인으로 동네는 난리가 납니다. 살인범을 잡기 위해 경찰들은 수사를 시작하고 범인은 고무 타이어라고 밝혀지게 됩니다.



이상한 영화

사실 이 영화는 타이어를 보여주며 시작하지 않습니다. 나무의자를 하나씩 넘어트리고 온 차의 트렁크에서 경찰관이 내립니다. 그 뒤 관객을 응시하며 연설을 시작합니다. 그 내용은 유명한 영화들의 이유 없음이라는 요소에 대한 이상한 설명입니다. 지금 보실 영상이 이유 없음이란 요소의 강력한 오마주라고 말한 그는 트렁크에 다시 타고 관객들을 뒤로 한 채 떠납니다. 


설명하자면 이 영화는 타이어가 주인공인 영화를 관람하는 관객들을 보여주는 영상입니다. 영화 속에서 영화가 상영하고 있는 거죠. 이상한 점은 영화가 진행되며 영화 속의 영화로서 존재해야 할 타이어가 그 영화를 보는 관객이 살고 있는 세상과 뒤섞인다는 사실입니다. 쓰면서도 헷갈리네요. 어쨌든 이 괴상한 영화는 내용에 대한 부연 설명, 즉 콘텍스트가 전혀 없습니다. 


길에 있는 의자는 왜 피하지 않고 부러트리며 오는지, 왜 경찰관은 조수석이 아닌 트렁크에 타고 있었는지, 타이어가 생명을 갖게 된 이유는 무엇인지, 괜객들은 왜 사막에서 망원경으로 타이어를 지켜보고 있는지, 관리자로 보이는 남자는 왜 관객들을 죽이는 것인지, 앞서 나왔던 경찰이 왜 갑자기 타이어 살인 사건이 일어난 마을의 수사를 하고 있는지, 관객과 타이어의 모험(?)이 일어난 세상이 같은 것에 대한 설명들이 전혀 없는 것이죠.



아무 이유 없음

이러한 이유 때문에 이 영화를 보시면 불편하다는 생각이 들지도 모릅니다. 아무 설명도 없이 이야기는 흘러가고 심지어 그 방향도 매우 이상하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영화를 끝까지 보신다면 불편했던 마음은 어느 정도 사라지게 될 것입니다. 영화의 끝에는 도입부에 경찰관이 나와 유명한 영화들의 이유 없음에 대한 요소를 설명했던 장면이 다시 나옵니다. 화면은 이번엔 경찰관을 비추지 않습니다. 바로 그 이야기를 옆에서 들으며 짜증 섞인 표정을 짓고 있는 안경 쓴 관리인을 보여주죠. 


이유 없음에 대해 설명 중인 경찰관을 옆에서 보고 있는 장면을 마지막에 보여줌으로써 이 영화를 관통하는 키워드를 이번엔 우리에게 다시 알려줍니다. 쿠엔틴 듀피욱스 감독은 이유 없음을 주제로 한 영상을 보고 있는 관객을 소재로 한 영화를 통해 우리에게 이유 없음을 말하고 있는 것이죠. 그러니까 이 이상한 이야기의 설명이 부족했던 이유는 말 그대로 이유가 없기 때문이었던 것이죠. 


제가 이 이상한 영화를 여러분께 추천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 영화가 말하는 바와 같이 우리가 살고 있는 세상이 이유 없음으로 가득하기 때문입니다. 사소한 것부터 시작해 아주 중요한 것들까지 말이죠. 왜 나와 부장님이 먹고 싶은 음식은 항상 다를까요? 왜 내가 시험 볼 때 문제가 어려울까요? 왜 사랑하는 그녀는 나를 좋아해 주지 않을까요? 왜 나는 이건희 회장의 자식으로 태어나지 않았을까요? 등의 물음의 정답은 바로 아무 이유가 없다는 것이죠. 

 

여러분도 이러한 삶의 이유 없음이란 요소를 잘 이해하길 바랍니다. 지금 나에게 닥친 어떤 불행이 당신을 괴롭히더라도 본인의 잘못이 아닌 것임을 아는 것은 중요합니다. 내가 불행한 이유가 사실 이유가 없다는 것을 이해한다면 아파하는데 시간을 낭비하지 않을 테니까요. 현상을 좀 더 객관적으로 바라보고 담담히 대처하게 될 테니까요. 영화 <루버>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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