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19 바이러스의 여파 때문인 지는 잘 모르겠으나 세계 증시가 공포에 질린 것은 확실해 보입니다. 모든 매체에서도 연일 폭락하는 증시를 보도하고 금융위기, 실물경제 마비, 증시 패닉, 파생상품 쇼크 등의 자극적인 언어로 공포감을 극대화시키고 있죠. 한편으로는 현 상황을 차분하고 냉정한 언어로 다루는 언론은 없어 보여 눈살이 찌푸려지는 요즘입니다.

다우지수, 나스닥지수, 코스피지수, 코스닥지수를 비롯하여 유럽증시, 뉴욕증시 등 모두 너 나할 것 없이 유래 없는 단기간 폭락을 맞았습니다. 3월 17일 뉴욕증시는 1987년 '블랙먼데이' 이후 최악으로 급락했다고 합니다. 18일 현재 미국 연방정부와 중앙은행의 '1조 달러 부양책'에 대한 기대감으로 반등에 성공했다곤 하지만 많은 전문가들은 약세장(Bear Market) 진입이 코앞으로 다가왔다고 말합니다.

한국은행도 임시 금융통화 위원회를 열어 기준금리를 내렸습니다. 0%대 정기예금 시대를 우리도 맞이하는 걸까요. 덕분인지 코스피, 코스닥 모두 잠깐 반등했지만 이내 다시 하락하고 말았습니다. 외국인의 매도에 코스피, 코스닥 지수가 떨어지니 개미군단이 나섰지만 어렵겠죠. 외국인 매물을 받아주며 버티는 이들을 두고 '동학 개미 운동'이라는 신조어도 등장했습니다. 마음 같아서는 '동학 개미 운동'에 참여하고 싶지만, 1500선까지 떨어진 코스피지수의 바닥이 어디인지 알 수 없다는 것이 현실이죠. 

이럴 때는 주식앱이나 주식창을 켜기도, 보기도 싫어집니다. 그렇다면 손 놓고 기도만 해야 되는가. 그건 아니겠죠. 코로나 19 바이러스로 넷플릭스나 왓챠 플레이에서 관련 주제의 영화를 시청하는 사람이 늘었다고 말씀드렸습니다. 그 이유도 저번 글에서 설명을 했죠. 자구책 강구, 위로와 위안. 바이러스 재난 영화가 우리에게 생존 방법을 제시해 주던 것처럼 경제나 금융 관련 영화도 똑같습니다.

리먼 브라더스 사태와 IMF 외환위기 같은 금융위기나 주식시장과 경제 관련 내용을 다룬 영화를 보고 우리는 여전히 유효한 해결책과 위로를 얻을 수 있습니다. 그래서 한 번 모아봤습니다. 주식 앱이나 주식 창은 쳐다도 보기 싫을 때 보면 좋은 영화 컬렉션. 주식과 금융, 경제를 다룬 다양한 영화가 있지만 매우 주관적인 기준으로 한국 영화 3편과 외국 영화 3편, 총 3편의 작품을 모았습니다. 소개 순서는 작품성이나 흥행과는 전혀 관련이 없다는 것을 알려드립니다.

 

주식 앱과 주식 창을 켜기 싫을 때 보기 좋은 한국 영화 Collection 3

1. 작전 (2009)

한국 영화계에서 최초로 주식 시장을 소재로 한 범죄 드라마 영화. 관련 소재의 영화화 중 가장 유명해서 주식을 하는 사람에게 물어보면 아마 백이면 백 봤다고 대답할 것이다. 고 박용하 배우의 유작이기도 하다. 코스닥에 상장된 소규모 기업(소위 잡주) 하나를 작전 치는 과정에서 일어나는 이야기를 스릴 있게 그렸다. 작전세력, 대주주, 증권회사 직원, 증권 방송 애널, 슈퍼개미 등에 의해 흔들리는 한국 주식시장의 현실을 실감 나게 묘사했다. 세력에 항상 당하는 개미들에게 상당히 와 닿는 작품. 

"주식시장은 만만한 곳이 아니다. 그동안 내가 꼬라 박은 수업료를 다 모았으면 그랜저 세 대는 뽑았겠다.", "아무리 발악을 해도 되는 놈만 되는 게 세상이야. 좆같지?" 등 주옥같은 명대사가 쏟아진다. 영화적 완성도나 설정 자체의 짜임새는 다소 부족하나 주식시장에서 오늘도 허우적거리는 평범한 개미들에게 통쾌함을 주는 한방이 있다. 현재 넷플릭스에서 작전을 검색하면 볼 수 있다.

2. 국가부도의 날 (2018)

1997년 외환 위기를 소재로 한 영화. IMF 사태 당시의 상황에 사실과 허구를 섞어 만든 팩션이다. 김혜수와 조우진 배우의 연기가 빛나고 내러티브가 좋으며, 그때를 잘 재현했다는 호평이 많다. 외환위기가 터지기까지의 상황을 느린 흐름으로 담아 이를 겪지 않은 세대에게도 효과적으로 내용을 전달하 데 성공했다.

90년대 대한민국에서 가장 극적인 사건을 다룬 만큼 영화가 감정을 충분히 절제하지 못한 부분이 있다. 하지만 사회의 문제로 피해를 입은 가족을 조명하는 우리나라 특유의 신파적인 요소는 적은 편. 다큐멘터리가 아니기 때문에 다소 작위적으로 보이는 부분도 눈 감고 넘어갈만한 정도. 충분히 볼만한 영화. 아마 헬조선이라는 영화의 프리퀄을 보는 느낌이 들 것이다. 현재 왓챠플레이에서 국가부도의 날을 검색하면 볼 수 있다.

3. 돈 (2019)

여의도 주식 브로커와 작전 설계자가 저지르는 금융 범죄를 다룬 영화다. 장현도 작가의 동명의 소설을 원작으로 한다. 원작 자체가 여의도 브로커 출신 작가에 의해 쓰였기 때문에 영화에서도 여의도 증권가의 모습이 현실적이고 정확하게 그려진다. 일확천금의 유혹과 돈 앞에서 타락해 가는 인간의 모습을 흥미롭게 연출했다. 주연배우인 류준열, 유지태, 조우진의 연기가 좋아 극에 무리 없이 몰입할 수 있는 것도 장점. 오락물로 가볍게 보기에 딱이다. 현재 왓챠플레이에서 돈을 검색하면 볼 수 있다.

 

주식 앱과 주식 창을 켜기 싫을 때 보기 좋은 외국 영화 Collection 3

1. 마진 콜 : 24시간, 조작된 진실 (Margin Call, 2011)

리먼브라더스의 파산을 신호탄으로 발생한 2008년 미국발 금융 위기. 그 위기 직전에 어느 투자 은행의 24시간을 모델로 한 영화. 골드만 삭스는 이 위기에서 가장 먼저 위험자산을 시장에 팔아 안전하게 살아남은 투자은행으로 꼽히는데 영화의 어느 투자은행은 아마 골드만 삭스일 것으로 모두 추청 한다. 현실감이 굉장히 돋보이는 영화로 평가받는데 그 이유는 월스트리트에 근무하는 금융인들을 영화적 재미를 위해 과하게 악인으로 묘사하지 않았기 때문. 금융 위기 직전의 절망적인 상황을 감정을 절제한 채 잘 표현했다. 현재 왓챠플레이에서 마진콜을 검색하면 볼 수 있다.

2. 빅 쇼트 (The Big Short, 2015)

마이클 루이스의 '빅 숏'을 원작으로 한 영화.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 미국 부동산 버블로 시작된 2008 세계 금융 위기를 예측한 4명의 이야기를 다뤘다. 편집과 연출이 뛰어나 말 그대로 영화를 보는 재미가 있다. 주연배우들의 연기와 관객에게 말을 거는 내레이션이 보는 이를 영화에 완전히 몰입하게 한다. 경제와 관련된 전문 용어들도 지루하지 않고 쉽게 전달해 주식이나 경제 관련 용어를 모르더라도 보는 데 지장이 없다. 파생상품으로 이뤄진 미국 금융 시장의 구조적 문제를 비판하기 때문에 코로나 19로 촉발된 또 다른 경제 위기를 맞을지도 모를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매우 큰 영화. 현재 넷플릭스에서 빅 쇼트를 검색하면 볼 수 있다.

3. 더 울프 오브 월 스트리트 (The Wolf of Wall Street, 2013)

우리의 거장, 마틴 스코세이지 감독의 영화. 대규모 주식 사기로 징역을 살았던 조던 벨포트의 자서전을 바탕으로 제작했다.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의 미친듯한 연기와 수많은 명장면으로도 유명하다. 돈을 쫓던 월스트리드의 풋내기 주식 브로커가 주가 조작으로 백만장자가 되지만, 마약과 섹스, 그리고 돈에 중독돼 감옥에 가기까지 그 과정과 일어나는 일들을 생동감 있게 보여준다. 관객들에게 생각해야 할 것들과 불편함을 가득 안긴 채 끝나 작품성까지 갖춘 스코세이지의 대표적인 흥행작이 되었다. 주식을 하든 안 하든 자본주의 사회에 살고 있는 우리 모두가 시청해야 할 명작. 현재 왓챠플레이에서 더 울프 오브 월 스트리트를 검색하면 볼 수 있다.    

이렇게 빨리 세계 증시가 안정되기를 기원하며 총 6편의 영화를 여러분께 소개해 드렸습니다. 매일 보던 주식앱이나 주식창은 잠시 닫고 영화 한 편 보면서 마음의 여유와 심신의 안정을 찾길 바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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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03/17 - [드라마 정보/감독] - TV소설 강이 되어 만나리 PD 김원석의 필모그래피 TOP 3.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의 발생으로 전 세계가 전염의 위험에 대응하고 있는 요즘입니다. 독감, 천연두, 에볼라와 메르스까지 바이러스는 역사 이래 인류에게 커다란 위협이 되어왔습니다. 인류가 멸망할 가능성이 높은 시나리오 중 하나도 바로 전염병의 확산으로 인한 것이죠. 인류라는 종의 절멸, 그 오래된 두려움을 예술로 나타낸 장르가 바로 포스트 아포칼립스입니다. 영화는 그런 것들을 다양하게 표현하기 좋은 예술 작품이라 생각됩니다. 그래서 그런지 핵전쟁, 좀비, 외계인, 돌연변이, 자연재해, 천체 충돌, 전염병 등 문명이 완전 붕괴하거나 사회가 부정적으로 작동하는 디스토피아 세계관의 영화가 참 많습니다.  

최근 넷플릭스나 왓챠플레이에서 바이러스를 다룬 재난 영화를 시청하는 사람이 증가했다고 합니다. 새로운 코로나바이러스의 공포로 움츠러든 우리가 이러한 재난 영화를 보는 이유는 너무나 명백합니다. 무너진 사회를 보며 '우리는 아직 괜찮아'라는 식의 위안을 얻고, 등장인물들이 문제를 해결하는 방법을 보며 자구책을 상상합니다. 모든 것이 해결되는 해피엔딩을 보며 위로를 받죠. 우리는 어떻게 해야 생존할 수 있겠는가에 대한 끊임없는 물음의 답을 영화는 제시해 줍니다. 그래서 한 번 모아봤습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의 완치를 기원하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완치 기원 바이러스 재난 영화 컬렉션. 다양한 영화가 있지만 매우 주관적인 기준으로 한국 영화 2편과 외국 영화 6편, 총 8편의 작품을 모았습니다. 소개 순서는 작품성이나 흥행과는 전혀 관련이 없다는 것을 알려드립니다.

바이러스 다룬 한국 재난 영화 Collection 2

1. 부산행 (2016)

한국 최초의 블록버스터 좀비 영화로 <돼지의 왕>의 연상호 감독의 작품. 정체불명의 바이러스가 사람들을 좀비로 변하게 한다는 설정이며 등장인물들이 열차의 목적지인 부산에 도착하기까지의 여정을 다룬다. 국가적 재난 상황에서 대처가 미흡한 정부의 모습을 잘 표현했으며 대체로 '한국형 좀비 블록버스터 영화'로서는 호평이 많다. 하지만 특유의 신파적 요소와 부족한 개연성 등으로 혹평을 면치는 못했다. 반면 외국에서는 평이 좋은 편. 기차라는 한정된 공간에서 재난을 겪는 인물들을 나름 흥미롭게 연출했다. 재난 영화를 즐기지 않아도 킬링타임 이상의 값어치는 한다.

 

2. 감기 (2013)

감염 36시간 이내에 사망에 이르는 치사율 100%의 H5N1형의 인플루엔자 바이러스 확산을 소재로 한 영화. 국가 재난 사태가 선포된 상황에서 정부는 전염병의 확산을 막기 위해 국민을 희생시키는 결정을 내린다. 고증, 개연성, 캐릭터에 대한 혹평과 함께 주제를 부각하기 위해 허용 범위를 넘어선 비현실적인 내용으로 이야기가 전개된다는 비판이 많다. 하지만 작중 이마트에서 사재기 하는 혼란한 상황이나 분당 사람들이 공포에 내몰린 모습들은 잘 묘사했다. '극도의 치사율을 가진 바이러스가 확산되었을 때 우리 사회는 어떤 모습이 될까'하는 상상으로 가볍게 시청해보길 추천.

 

 

바이러스 다룬 외국 재난 영화 Collection 6

1. 아웃브레이크 (Outbreak, 1995)

현실적인 내용으로 바이러스에 의한 전염병의 확산을 다룬 최초의 영화라 할 수 있다. 사람의 내장을 녹여버리는 치명적인 바이러스에 감염된 원숭이가 한국 화물선 태극호에 실려 미국으로 건너가 전염병을 확산시킨다. 영화 <감기>는 국가가 국민을 희생시키는 결정을 하기에 이르기까지의 과정을 비현실적으로 그렸다면 <아웃브레이크>는 극적이긴 하지만 좀 더 현실적으로 표현하는 데 성공했다. 바이러스를 다룬 재난 영화를 논하며 빠질 수 없는 작품.

 

2. 컨테이젼 (Contagion, 2011)

최연소 황금종려상을 받은 감독으로 유명한 스티븐 소더버그의 작품. 박쥐에서 유래한 변종 바이러스로 팬더믹 상황을 맞은 세계를 실감나게 그려낸다. 재난 상황에 나타날 법한 다양한 인간군상을 현실적으로 묘사했다. 세계보건기구(WHO)와 유명한 학자들의 조언을 받아 제작되어 과학적인 고증이 뛰어나다는 평을 받는다. 덕분에 바이러스를 다룬 영화에서는 최고라는 평을 많이 들으니 꼭 한번 시청하길 권한다.

 

3. 블레임 인류멸망2011 (2009)

일본에서 발생한 신종 바이러스로 인해 혼란에 빠진 일본과 세계를 그린 영화. 일본판 <감기>라고 보면 된다. 일본 재난 영화 특유의 휴머니즘 강조 때문에 영화의 호흡이 길어지며 다소 지루한 느낌. 전체적으로 혹평이 많지만, 치명적인 바이러스가 일본 사회를 무너트리는 모습을 잘 표현했다. <감기>와 비교하며 즐기는 것도 재미가 될 것 같다.

 

4. 눈먼 자들의 도시 (Blindness, 2008)

노벨문학상 수상 작가 주제 사라마구의 장편소설의 영화판. 사람을 장님으로 만드는 바이러스가 확산된 세계에서 문명이 붕괴하고 이성이 사라진 사회를 그렸다. 눈이 먼 사람들 가운데 유일하게 시력을 갖고 있는 안과 의사의 아내를 통해 보여지는 눈먼 자들의 도시는 그아말로 무법천지. 원작을 잘 요약했지만 평단의 평은 그닥 좋지는 않다. 국가라는 시스템이 작동하지 않는 사회는 어떤 모습인지 실감 나게 잘 묘사했으니 시청을 추천한다. 아마 공포와 위안을 동시에 받을 것.

 

 

5. 28일 후... (28 Days later..., 2002)

분노 바이러스에 의해 감염된 사람들이 극도의 분노 상태에 빠져 아무나 보이는 대로 공격한다는 설정의 영화. 2000년대 이후의 최고의 공포 영화 중 하나로 손 꼽히며 <새벽의 저주>와 함께 좀비 영화의 모델이 되는 작품. 28일만에 완전히 무너져 버린 영국의 사회 시스템, 텅빈 런던의 거리를 보는 재미(?)가 있다. 

 

6. 나는 전설이다 (I Am Legend, 2007)

바이러스 유전자 조작하여 암을 치료하려던 것이 변이를 일으켜 인류를 멸망시킨다. 리처드 매드슨의 동명 소설을 영화화한 작품. 인류는 바이러스에 감염되어 새로운 변종으로 탄생하고, 뉴욕에 혼자남은 주인공은 백신 개발에 몰두한다. 아무도 살지 않는 곳이 되어버린 뉴욕의 실감 나는 표현과, 인간성이나 사회성이 남아있는 변종 인류의 독특한 묘사 덕분에 세계적으로 호평을 받았다. 결말이 두 가지 버전으로 존재하는 점도 재밌다.

 

이렇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의 완치를 기원하며 총 8편의 영화를 여러분께 소개해 드렸습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의 확산으로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전 세계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습니다. 하지만 아직 지역사회감염은 발생하지 않았고, 우한 지역에서 온 사람들에 대한 바이러스 잠복 기간도 끝났기 때문에 모두 개인위생은 철저히 지키면서 일상생활은 차분히 이어갔으면 좋겠습니다. 마트도 가고 영화관도 가면서 말이죠. 개개인이 조심하는 것은 좋지만 언론의 공포 분위기 조장에 부화뇌동할 필요는 없겠죠. 소개해 드린 재난 영화들을 보면서 재미와 위로 받으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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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02/03 - [영화 정보] - 유튜브 무료 영화 추천(feat. 고전 영화)

이제 작년이죠. 2019년 12월 27일 헌법재판소는 2015년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문제 관련 합의'에 대한 헌법소원 심판에서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들의 청구를 각하하였습니다. 헌재는 이번 위안부 합의 각하의 배경을 한일 위안부 합의는 "외교적 협의 과정의 정치적 합의"이고 이 합의로 피해자들의 권리가 처분됐다거나 한국 정부의 외교적 보호 권한은 소멸하지 않은 점으로 밝혔습니다. 헌법재판소의 위안부 합의 각하 판단은 2015년 한일 합의가 일본군 '위안부' 문제의 해결이 될 수 없다는 걸 분명히 한 것이죠.

이제 우리 정부는 외교적 방법으로 피해자들의 보호를 위해 노력할 것인데 그럼 이 시점에서 우리는 대한민국 국민의 한 사람으로 피해자 할머니들에게 도움이 되어 드려야 되지 않을까요? 다양한 방법이 있겠지만 맨 처음 해야 될 일은 문제를 제대로 파악하고, 직시하고, 널리 알리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런 의미에서 영화는 훌륭한 매체가 되겠죠. 누구나 쉽게 접할 수 있고, 두 시간 남짓 되는 비교적 짧은 시간으로 사람을 울리기도 웃기기도 하니 말입니다. 그래서 오늘은 위안부 합의 각하와 관련해 일본군 '위안부' 문제를 다룬 영화 몇 편을 짧게 소개해 드리려고 합니다. 다양한 영화가 있지만 매우 주관적인 기준으로 극영화 3편과 다큐멘터리 3편을 뽑았고, 번외 4편을 포함하여 총 10편의 작품을 가져왔습니다. 소개 순서는 작품성이나 흥행과는 전혀 관련이 없다는 것을 알려드립니다. 

 

일본군 '위안부' 문제를 다룬 장편영화 Collection 3.

1. 아이 캔 스피크(2017)

코미디 장르가 주는 가벼움으로 쉽게 접하기 좋다. 유쾌한 이야기를 따라 한참 웃다가 보면 어느새 울고 있는 자신을 발견하게 된다. 시나리오부터 연출, 캐스팅, 연기까지 아쉽지 않은 그야말로 적당히 '잘' 만든 영화. '위안부'라는 역사적 사실이 주는 슬픔과 분노 때문에 관련 주제의 영화를 보기 힘들어하는 사람에게 추천.

 

2. 귀향(2016)

말도 많고 탈도 많았지만 어쨌든 일본군 '위안부' 문제를 전면으로 다룬 영화 중 가장 흥행했다. 강일출 할머니의 실화를 바탕으로 제작되었고 문화적 증거물로써의 역할을 기대하며 고증에 힘썼다. 국민들의 후원과 배우 및 스탶의 재능기부로 만들어져 그 뜻과 마음들이 시사하는 바가 크다. 영화적 작품성을 놓고 보면 혹평을 피할 순 없으나 피해자 할머니들의 끔찍했던 순간을 스크린에 불러와 우리가 생생히 보고 느낄 수 있다는 사실에 존재 의의는 충분하다 생각.

 

3. 눈길(2017)

KBS1에서 방영된 광복 70주년 기념 특집극의 극장판. 잔혹했던 그 시대를 차분한 시선으로 덤덤히 담아냈다. 보기 힘들 정도의 폭력적인 장면 없이 당시 어린 피해자들이 느꼈을 아픔과 상처를 고스란히 전한다. 주인공인 두 소녀를 중심으로 이야기를 다루며 잔잔하게(?) 일본군 '위안부'의 실상을 마주하고 싶은 사람에게 추천.

 

일본군 '위안부' 문제를 다룬 다큐멘터리 영화 Collection 3.

1. 낮은 목소리 3부작(1995,1997,1999)

어쩌면 마주하기 불편해 외면해 버렸는지도 모를 진실. 할머니들의 일상과 그들이 말하는 이야기가 투박하리만큼 또렷하게 담겼다. 일본군 '위안부'라는 역사적 사실의 존재를 아는 것을 넘어 피해자들의 일생과 그 고통을 더 잘 이해하기 위해 힘들지만 봐야 하는 영화. 낮은 목소리 1, 2, 3 총 3편이 개봉했으며 낮은 목소리 1은 일본 야마가타 국제 다큐멘터리 영화제에서 아시아 부문 최고상인 오가와 신스케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2. 주전장(2019)

일본계 미국인인 미키 데자키 감독의 시선으로 바라본 일본군 '위안부' 문제. 극우들의 주장과 그에 반격하는 여러 사람들을 인터뷰하며 '위안부' 문제의 전장을 담아낸 영화. 각 논객들의 대립되는 주장이 박진감 넘치게 진행되어 영상을 보는 재미도 뛰어나다. 극우세력의 의도와 아베 정권의 이면을 드러내기 때문에 한일 양국 간 문제 해결이 왜 어려운지 좀 더 심도 있게 알게 된다. 평론가들의 호평을 받기도 한 <주전장>. 일본군 '위안부' 문제를 더 깊이 알고 싶은 사람에게 추천.

 

3. 김복동(2019)

1993년 유엔인권위원회에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로서 처음으로 피해 사실을 증언한 김복동 할머니의 투쟁을 기록한 영화. 여성인권운동가이자 평화운동가로 일본의 사죄를 받기 위해 자신의 생을 바친 할머니의 인생을 가까이 담았다. 수요시위, 평화의 소녀상 설치 등 할머니들이 싸워왔던 역사를 자세히 알고 싶다면 시청을 권한다.

번외 영화들.

1. 침묵(2016)

재일교포 박수남 감독이 15명의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들이 투쟁한 기록을 담은 영화. 오키나와 전장에 연행된 위안부의 실상, 1994년 일본 정부에 공식 사죄와 배상을 요구하며 일본으로 건너가 싸웠던 할머니들을 볼 수 있다. 상영관 적어 영화를 접하기 힘들었고 지금도 필름을 구하기 어렵기 때문에 번외.

 

2. 소리굽쇠(2014)

중국으로 끌려간 뒤 해방되고도 고국으로 돌아오지 못한 조선족 할머니에 관한 영화. 일본군 '위안부' 문제를 다룬 최초의 극영화로 '영화'로서의 완성도는 부족하다는 평이 많다. 그래도 기억의 상징으로써 봐줘야 한다는 게 개인적인 생각.

 

3. 어폴로지(2017)

중국계 캐나다인 티파니 슝 감독이 한국의 길원옥 할머니, 중국의 차오 할머니, 필리핀의 아델라 할머니의 이야기를 담은 다큐멘터리 영화. 한국인이 아닌 감독의 시선에서 세 나라의 할머니들을 기록했다는 것이 신선하다.

 

4. 나고야의 바보들(2019)

'나고야 미쓰비시 조선여자근로정신대 소송을 지원하는 모임' 사람들의 이야기. 근로정신대 피해 할머니들의 피해보상과 진실을 규명하기 위해 노력하는 일본인 다카하시 마코토와 나고야 소송지원회 사람들, 그리고 할머니들의 투쟁을 기록했다. 2018년 대법원에서 최종 승소 판결을 받은 미쓰비시중공업을 상대로 한 손해배상 청구 소송과 관련된 뒷 이야기를 자세히 알고 싶은 분께 추천. 일본군 '위안부'를 소재로 한 영화는 아니라서 번외.

 

이렇게 총 10편의 영화를 여러분께 소개해 드렸습니다. 다가오는 설에 시간을 내어서 차근차근 정주행 하는 것도 의미가 있을 것 같고, 마음이 가는 영화를 골라 보는 것도 좋겠습니다. 우리가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들을 위해 해 줄 수 있는 게 꼭 정기후원만 있는 것은 아닙니다. 위안부 반지나 위안부 뱃지, 위안부 팔찌 등이 아니어도 괜찮습니다. 제대로 아는 것이 중요합니다. 우리가 무엇을 해야 하는지 제대로 아는 것이 더 중대합니다. 동일한 역사가 반복되지 않도록 한 사람 한 사람이 기억의 고리가 되어주면 어떨까요.

2020/01/09 - [영화 소개&추천] - [영화추천]영화<김복동>(2019), 한일 위안부 합의와 위안부 문제 그리고 그녀들의 삶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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