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작년이죠. 2019년 12월 27일 헌법재판소는 2015년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문제 관련 합의'에 대한 헌법소원 심판에서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들의 청구를 각하하였습니다. 헌재는 이번 위안부 합의 각하의 배경을 한일 위안부 합의는 "외교적 협의 과정의 정치적 합의"이고 이 합의로 피해자들의 권리가 처분됐다거나 한국 정부의 외교적 보호 권한은 소멸하지 않은 점으로 밝혔습니다. 헌법재판소의 위안부 합의 각하 판단은 2015년 한일 합의가 일본군 '위안부' 문제의 해결이 될 수 없다는 걸 분명히 한 것이죠.
이제 우리 정부는 외교적 방법으로 피해자들의 보호를 위해 노력할 것인데 그럼 이 시점에서 우리는 대한민국 국민의 한 사람으로 피해자 할머니들에게 도움이 되어 드려야 되지 않을까요? 다양한 방법이 있겠지만 맨 처음 해야 될 일은 문제를 제대로 파악하고, 직시하고, 널리 알리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런 의미에서 영화는 훌륭한 매체가 되겠죠. 누구나 쉽게 접할 수 있고, 두 시간 남짓 되는 비교적 짧은 시간으로 사람을 울리기도 웃기기도 하니 말입니다. 그래서 오늘은 위안부 합의 각하와 관련해 일본군 '위안부' 문제를 다룬 영화 몇 편을 짧게 소개해 드리려고 합니다. 다양한 영화가 있지만 매우 주관적인 기준으로 극영화 3편과 다큐멘터리 3편을 뽑았고, 번외 4편을 포함하여 총 10편의 작품을 가져왔습니다. 소개 순서는 작품성이나 흥행과는 전혀 관련이 없다는 것을 알려드립니다.
일본군 '위안부' 문제를 다룬 장편영화 Collection 3.
1. 아이 캔 스피크(2017)
코미디 장르가 주는 가벼움으로 쉽게 접하기 좋다. 유쾌한 이야기를 따라 한참 웃다가 보면 어느새 울고 있는 자신을 발견하게 된다. 시나리오부터 연출, 캐스팅, 연기까지 아쉽지 않은 그야말로 적당히 '잘' 만든 영화. '위안부'라는 역사적 사실이 주는 슬픔과 분노 때문에 관련 주제의 영화를 보기 힘들어하는 사람에게 추천.
2. 귀향(2016)
말도 많고 탈도 많았지만 어쨌든 일본군 '위안부' 문제를 전면으로 다룬 영화 중 가장 흥행했다. 강일출 할머니의 실화를 바탕으로 제작되었고 문화적 증거물로써의 역할을 기대하며 고증에 힘썼다. 국민들의 후원과 배우 및 스탶의 재능기부로 만들어져 그 뜻과 마음들이 시사하는 바가 크다. 영화적 작품성을 놓고 보면 혹평을 피할 순 없으나 피해자 할머니들의 끔찍했던 순간을 스크린에 불러와 우리가 생생히 보고 느낄 수 있다는 사실에 존재 의의는 충분하다 생각.
3. 눈길(2017)
KBS1에서 방영된 광복 70주년 기념 특집극의 극장판. 잔혹했던 그 시대를 차분한 시선으로 덤덤히 담아냈다. 보기 힘들 정도의 폭력적인 장면 없이 당시 어린 피해자들이 느꼈을 아픔과 상처를 고스란히 전한다. 주인공인 두 소녀를 중심으로 이야기를 다루며 잔잔하게(?) 일본군 '위안부'의 실상을 마주하고 싶은 사람에게 추천.
일본군 '위안부' 문제를 다룬 다큐멘터리 영화 Collection 3.
1. 낮은 목소리 3부작(1995,1997,1999)
어쩌면 마주하기 불편해 외면해 버렸는지도 모를 진실. 할머니들의 일상과 그들이 말하는 이야기가 투박하리만큼 또렷하게 담겼다. 일본군 '위안부'라는 역사적 사실의 존재를 아는 것을 넘어 피해자들의 일생과 그 고통을 더 잘 이해하기 위해 힘들지만 봐야 하는 영화. 낮은 목소리 1, 2, 3 총 3편이 개봉했으며 낮은 목소리 1은 일본 야마가타 국제 다큐멘터리 영화제에서 아시아 부문 최고상인 오가와 신스케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2. 주전장(2019)
일본계 미국인인 미키 데자키 감독의 시선으로 바라본 일본군 '위안부' 문제. 극우들의 주장과 그에 반격하는 여러 사람들을 인터뷰하며 '위안부' 문제의 전장을 담아낸 영화. 각 논객들의 대립되는 주장이 박진감 넘치게 진행되어 영상을 보는 재미도 뛰어나다. 극우세력의 의도와 아베 정권의 이면을 드러내기 때문에 한일 양국 간 문제 해결이 왜 어려운지 좀 더 심도 있게 알게 된다. 평론가들의 호평을 받기도 한 <주전장>. 일본군 '위안부' 문제를 더 깊이 알고 싶은 사람에게 추천.
3. 김복동(2019)
1993년 유엔인권위원회에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로서 처음으로 피해 사실을 증언한 김복동 할머니의 투쟁을 기록한 영화. 여성인권운동가이자 평화운동가로 일본의 사죄를 받기 위해 자신의 생을 바친 할머니의 인생을 가까이 담았다. 수요시위, 평화의 소녀상 설치 등 할머니들이 싸워왔던 역사를 자세히 알고 싶다면 시청을 권한다.
번외 영화들.
1. 침묵(2016)
재일교포 박수남 감독이 15명의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들이 투쟁한 기록을 담은 영화. 오키나와 전장에 연행된 위안부의 실상, 1994년 일본 정부에 공식 사죄와 배상을 요구하며 일본으로 건너가 싸웠던 할머니들을 볼 수 있다. 상영관 적어 영화를 접하기 힘들었고 지금도 필름을 구하기 어렵기 때문에 번외.
2. 소리굽쇠(2014)
중국으로 끌려간 뒤 해방되고도 고국으로 돌아오지 못한 조선족 할머니에 관한 영화. 일본군 '위안부' 문제를 다룬 최초의 극영화로 '영화'로서의 완성도는 부족하다는 평이 많다. 그래도 기억의 상징으로써 봐줘야 한다는 게 개인적인 생각.
3. 어폴로지(2017)
중국계 캐나다인 티파니 슝 감독이 한국의 길원옥 할머니, 중국의 차오 할머니, 필리핀의 아델라 할머니의 이야기를 담은 다큐멘터리 영화. 한국인이 아닌 감독의 시선에서 세 나라의 할머니들을 기록했다는 것이 신선하다.
4. 나고야의 바보들(2019)
'나고야 미쓰비시 조선여자근로정신대 소송을 지원하는 모임' 사람들의 이야기. 근로정신대 피해 할머니들의 피해보상과 진실을 규명하기 위해 노력하는 일본인 다카하시 마코토와 나고야 소송지원회 사람들, 그리고 할머니들의 투쟁을 기록했다. 2018년 대법원에서 최종 승소 판결을 받은 미쓰비시중공업을 상대로 한 손해배상 청구 소송과 관련된 뒷 이야기를 자세히 알고 싶은 분께 추천. 일본군 '위안부'를 소재로 한 영화는 아니라서 번외.
이렇게 총 10편의 영화를 여러분께 소개해 드렸습니다. 다가오는 설에 시간을 내어서 차근차근 정주행 하는 것도 의미가 있을 것 같고, 마음이 가는 영화를 골라 보는 것도 좋겠습니다. 우리가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들을 위해 해 줄 수 있는 게 꼭 정기후원만 있는 것은 아닙니다. 위안부 반지나 위안부 뱃지, 위안부 팔찌 등이 아니어도 괜찮습니다. 제대로 아는 것이 중요합니다. 우리가 무엇을 해야 하는지 제대로 아는 것이 더 중대합니다. 동일한 역사가 반복되지 않도록 한 사람 한 사람이 기억의 고리가 되어주면 어떨까요.
2020/01/09 - [영화 소개&추천] - [영화추천]영화<김복동>(2019), 한일 위안부 합의와 위안부 문제 그리고 그녀들의 삶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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