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8요일(1996)

 

 오늘도 바쁜 하루 보내셨나요? 다들 목표하는 그곳을 향해 열심히 가고 있겠죠. 그렇지만 여러분이 잠시만 시간을 내주었으면 합니다. 꼭 보여드리고 싶은 영화가 있거든요. 얼마나 중요하길래 급한 나를 멈춰 세우냐, 잃은 시간의 값어치를 하느냐라고 물으신다면 절대 후회하지 않으실 거라고 자신 있게 대답하겠습니다. 

 

 안녕하세요. 토이장의 영화 수집관이라는 블로그를 운영하는 토이장입니다. 오늘은 벨기에 출신 영화감독 자코 반도르말의 <제 8요일>이라는 작품을 소개해 드리겠습니다. 여러분에게는 <이웃집에 신이 산다>라는 영화의 감독으로 익숙하겠네요. 1996년 5월에 프랑스에서 개봉하였으며 동년 10월에 우리나라에서도 개봉했습니다. 

 

 상영 시간은 118분이며 장르는 드라마입니다. 남자 주연은 프랑스의 국민배우로 일컬어지는 다니엘 오테유입니다. 영화 <히든>으로 많은 영화 팬들에게 사랑받았으며 영화 <차가운 장미>로 우리나라에서도 유명해진 배우로 알고 있습니다. 또 다른 남자 주연은 파스칼 뒤켄입니다. 그는 실제 다운증후군 환자이며 본 영화에서도 다운증후군 환자 조르주 역을 맡았습니다. 다니엘 오테유와 파스칼 뒤켄은 <제 8요일>로 1996년 제49회 칸 영화제에서 공동 남우주연상을 수상했습니다.

 

줄거리

 아리(다니엘 오테유)는 미래은행에서 강사로 일하고 있는 성공한 사람입니다. 하지만 부인과 별거 중이라 딸들과도 못 만나는 그는 가족이 그리운 상황이죠. 조르주(파스칼 뒤켄)는 다운증후군 환자로 요양원에서 지내고 있습니다. 그는 돌아가신 어머니를 못 잊고 현실과 환상을 오가며 살고 있습니다. 요양원의 다른 환자들은 주말엔 가족이 찾아와 떠나지만 아무도 오지 않는 조르주는 자신이 직접 가족을 찾아 나서기로 합니다.

 아리는 딸들과 기차역에서 만나기로 했지만 바쁜 일로 약속을 잊어버리고 밤이 되어서야 약속 장소에 갑니다. 하지만 아이들은 아버지를 기다리다가 이미 돌아간 후였습니다. 딸의 생일에도 회사에 일이 생겨 못 가게 되자 생일선물을 미리 주려 아이들이 있는 처갓집에 가지만 끝내 들어가지는 못하고 되돌아옵니다. 집으로 가는 비 오는 밤길, 아리는 어째서인지 핸들에서 두 손을 잠시 놓습니다. 그 순간 지나가던 개가 차에 치이고 그 개와 함께 있던 조르주를 만납니다. 아리는 죄송한 마음에 조르주를 집에 데려다 주기로 하며 둘의 특별한 관계가 시작됩니다.  

 

우리가 놓치고 사는 것들

 영화는 가족을 잃은 두 인물을 함께 그려냅니다. 아리는 성공한 사회인이지만 가족에게는 소홀했습니다. 당연한 결과로 부인과 아이들은 친정으로 떠났고 그들은 아리를 거부합니다. 조르주는 돌아가신 어머니를 환상 속에서 만나지만 그것은 허상일 뿐입니다. 하나밖에 없는 피붙이를 찾아가지만 누나도 자신의 인생이 있으니 그를 책임질 수 없다고 하죠. 이러한 공통점이 둘의 유대를 더 끈끈히 했으려나요.

 

 아리와 조르주의 성격은 대조적입니다. 다운증후군을 앓고 있는 조르주는 지능도 낮지만 감정의 표현과 그 순수함이 어린아이의 그것과 닮았습니다. 발을 적시는 파도를 느끼고 잘린 풀의 슬픔을 위로하며 트럭 기사에게 장난치는 모습들은 그가 얼마나 천진난만한 성격을 지녔는지 보여줍니다. 처음 본 신발 가게와 식당 종업원에게 사랑을 고백하고 실연(?)에 아파하는 그는 감정을 있는 그대로 표현합니다. 숨기지도 참지도 않죠.

 

 반면 아리는 본인의 감정을 직면하는 것에 서툰 사람입니다. 직장생활에 찌든 그는 순수함과도 거리가 먼 인물이죠. 매일 아침 7:30에 일어나며 같은 정장을 입고 출근길의 막힌 도로에서는 신경질 적으로 경적을 울려댑니다. 회사에서는 세일즈 강사로서 고객과 좋은 관계를 맺는 법, 긍정적인 말을 해야 하는 것, 자부심을 갖고 일하라는 등의 말을 해왔습니다. 그러나 정작 자신의 부인과 딸에게는 그렇지 못한, 표현하지 못하는 남편이자 아버지였습니다. 

 

삶의 우선순위

 <제 8요일>은 아리와 조르주를 함께 보여줌으로써 삶의 우선순위에 대한 생각을 우리에게끔 다시 해볼 수 있는 기회를 줍니다. 그 우선순위라는 것은 각자 다를 겁니다. 모두 저마다의 방법으로 행복한 인생을 살기 위해 노력하고 있는 것이 분명할 테죠. 하지만 그 행복을 좇느라 주변을 둘러보는 것에 무심하진 않았는지 확인해야 합니다. 너무 멀리 있는 목표에 집중하느라 진짜 귀중한 것과 내 옆에서 반짝이며 빛나고 있는 것들을 놓치고 있지는 않은지 생각해 봐야 합니다.

 

오늘, 여러분이 아끼는 소중한 사람에게 나에게 있어 당신은 그런 존재라는 것을 표현해 보는 것은 어떨까요? 정신없이 가던 걸음은 잠시 멈추고 내 삶에 뭣이 중헌지 다시 한번 고민해 보는 것은 어떨까요? 당신의 인생을 함께하는 사람들과 같이 보기에 더할 나위 없이 좋은 영화 <제 8요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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