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은 인생사 새옹지마라는 말을 아는가? 이 고사성어에는 위기를 극복하고 불행에 대처했던 선조들의 지혜가 담겨있다. 인생을 꿰뚫는 이 짧은 말을 <완행열차>의 주인공 장 루이에게 바치며 글을 시작한다.

 

 츠베탕 토도로프에 따르면 하나의 시퀀스를 이루는 기본적인 구조는 속성, 행동, 속성의 순서로 전개된다. 로이스 타이슨은 장편소설 『위대한 개츠비』를 분석할 때 이 도식을 활용하여 속성(x에게는 y가 없다)과 행동(xy를 구한다)의 공식을 사용한다. 위 공식을 <완행열차>에 적용했다.

 

츠베탕 토도로프

 영화의 주인공인 장 루이 마르티슈는 매일 기차를 타고 출근하여 카또에서 내려야한다. 하지만 그는 역무원을 통해 오늘부터 기차 일정이 바뀌어 열차가 카또를 들리지 않고 데브레까지 직행한다는 것을 알게 된다. 개츠비의 속성이 데이지의 부재였다면 장 루이의 속성은 카또역에서 내리지 못한다는 것이다. 바로 원하는 역에서 내리는 상황의 부재다. 그에게 카또역에서 내리지 못한다는 것은 보통 사람이 생각하는 일반적인 것보다 더 큰 의미를 갖는다. 그 이유는 그가 승무원에게 하소연한 말로 유추해 볼 수 있다. 평소 장 루이를 미워한 상사는 이미 두 번의 경고를 했으며 해고만을 기다리고 있다. 만약 카또역에서 내리지 못하고 데브레까지 간다면 30분은 늦을 것이고 그 뒤에는 상사의 바람대로 직장을 나오게 될 것이다. 직장을 잃는다면 변변치 못한 살림에 아이가 둘 있는 아내는 자신을 버리고, 아이들은 고아원에 가게 될 것이라고 한다. 결국 카또역에서 내리는 상황의 부재는 아내와 아이의 부재로 이어진다. 간단해 보이는 상황이 그에게는 삶 전체를 좌우하는 위기다.

 

 그렇다면 ‘x’(장 루이)는 ‘y’(카또에서 내리는 상황)를 구하기 위해 어떠한 행동을 했을까? 그는 가장의 책임감으로 적극적인 행동을 보여준다. 1일 날은 다들 주의하지만 2일 날부터는 아니라며 노부인에게 동의를 구한다. 역무원 앞에서는 눈물을 흘리며 감정에 호소하기도 한다. 사나이의 눈물이 가볍지 않다는 것을 남자들은 알 것이다. 그만큼 지금이 절실하다는 것을 뜻한다. 카또역에서 내리지 못한다는 게 자신의 삶에 어떤 의미를 지녔는지 알기 때문에 최선을 다한 그는 기관사를 만날 기회를 얻는다. 기관사 에롤은 중앙에서 기차가 통제되기 때문에 멈출 수 없다고 말한다. 하지만 그의 계속되는 부탁으로 열차의 속도를 줄여서 역에 내릴 수 있게 도와준다. 결국 자신이 원하는 대로 카또역에 내린 장 루이. xy를 구하며 주인공의 영웅적인 면모를 마음껏 보여준다.

 

 그러나 기쁨을 만끽하려는 찰나, 기차 끝에 타고 있던 어떤 사람이 그를 다시 기차에 태운다. "당신 하마터면 기차를 놓칠 뻔했다"는 말과 함께. 이로써 그는 제시간에 출근할 기회를 놓치게 된다. 구하였으나 다시 없음의 상태로 돌아오는 것이다. <완행열차>의 주인공에게는 구하다 그리고 얻다라는 전통적인 편력 공식이 아닌 구했으나 얻지 못했다라는 공식이 적용됐다. 개츠비가 데이지를 얻지 못한 것과 동일한 결말이다.

 

영화 <위대한 개츠비>

불행은 행운으로, 행운은 행복으로

 

 영화는 8분의 짧은 상영 시간 동안 삶의 불합리한 모습을 잘 표현했다. 물론 ‘구하다 그리고 얻다의 공식 역시 우리의 삶에 나타난다. 노력은 배신하지 않는다는 말처럼 열심히 공부해서 시험에 합격하기도 하고 힘겹게 준비한 면접을 잘 마쳐 취업에 성공하기도 한다. 장 루이가 잠깐이지만 카또역에서 내린 것처럼 사람들은 삶이란 영화의 주인공이 되어 원하는 것을 얻기 위해 노력하고 성취한다.

 

 하지만 때로 인생은 납득할만한 이유 없이, 부조리하고 뜻하지 않은 불행의 모습으로 우리 앞에 나타난다. 장 루이가 어떤 사람으로 인해 기차에 다시 태워지게 되는 것처럼 말이다. 이러한 함정이 현실에도 도처에 널려 있다. 하필 시험 당일 컨디션이 좋지 않거나 어렵게 얻은 직장에서 일해 보니 자신과 맞지 않아 퇴사하는 경우를 주변에서 흔히 봤을 것이다.  

 

 인생은 모를 일이다. 절대 계획했던 대로 흘러가는 법이 없다. 하지만 그 뜻하지 않음은 우리가 생각하지 못했던 좋은 결과를 낳기도 한다. 컨디션 때문에 망쳤다고 생각했던 시험이 의외의 결과로 합격할지도 모른다. 퇴사해서 생긴 여유로 자신에게 집중하여 진정 원했던 것이 무엇인지를 찾기도 한다. 불행이라고 생각했던 것이 행운으로 바뀌는 것, 이렇게 삶은 아이러니하다. 새옹지마, 전화위복, 사필귀정 등의 고사성어에 고개가 절로 끄덕여지는 대목이다.

 

 영화에서 나타난 이야기만 본다면 장 루이의 삶은 불행하게 끝났다고 생각할 수 있다. 하지만 인생은 여러 이야기가 모이고 쌓여가며 전체가 된다. 영화의 원제인 '옴니버스(omnibus)'와 닮았다. 한 번의 불행, 단 한 번의 실패로 끝나는 것이 아니다. 지금 내게 닥친 불행이 어느 순간 행운으로 다가올지도 모른다. 그가 이러한 삶의 아이러니한 모습을 잘 이해하길 바란다. 그래서 앞으로 있을 많은 어려움은 여유롭게 대처하길 원한다. 마주하는 작은 행운들은 놓치지 않고 행복으로 바꿔 나가면 더할 나위 없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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